음주 상태에서 시동만 걸어도 음주운전일까? 법이 보는 ‘운전’의 기준
★요약
단순히 엔진의 시동만 건 경우, 원칙적으로 운전 시작 X
시동 이후 기어 조작, 제동장치 해제 등 차량을 출발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작 필요
차량이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경사 등으로 차량이 밀린 경우처럼 운전자의 정상적인 발진조작에 따른 이동이 아니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
1. 법에서 말하는 ‘운전’은 단순히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는 운전을 기본적으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엔진을 시동시킨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동차를 출발시키기 위한 ‘발진조작’이 완료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2021. 1. 14. 선고 2017도10815 판결에서 통상적으로 엔진을 시동시키고, 기어를 조작하고,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발진조작이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을 단순히 ‘시동 + 기어 + 브레이크 = 운전’ 이라는 공식처럼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2. 따라서 시동만 걸었다면 음주운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 음주운전
예를 들어 추운 날 차량 내부에서 히터를 사용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거나, 차량 안에서 잠을 자기 위해 시동만 켜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후에 차량을 출발시키기 위한 조작까지 이루어졌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3. 차량이 실제로 움직였다면 운전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발진조작을 했는데, 차량이 움직이지 않은 경우도 문제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차량이 실제로 이동한 경우가 문제입니다.
몇 미터만 움직였거나, 주차 위치를 조금 변경했거나, 전진이 아니라 후진한 경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차량이 움직였다 = 무조건 운전’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내리막길에 주차된 자동차의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원동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 타력으로 차량을 이동시킨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실제 하급심에서도 엔진이 꺼진 차량이 경사로에서 뒤로 밀려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발진조작을 완료하여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결국 차량의 이동 여부 자체보다는 그 이동이 자동차의 원동력과 운전자의 발진조작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4. ‘차량이 움직였는지’ 하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음주운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단순히 “시동을 걸었는지”, “차량이 움직였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시동 이후 어떤 조작을 했는지, 차량이 발진 가능한 상태였는지, 실제 이동이 있었다면 어떤 원인으로 이동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차량을 거의 이동하지 않았거나, 시동을 켜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였거나, 차량이 경사로에서 밀린 사건이라면 이러한 사실관계 하나하나가 음주운전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막연히 “차가 움직였으니 제가 운전한 것 같다”는 식으로 진술하기보다, 당시 차량 상태와 실제 조작 내용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출발점은 정확한 사실관계의 정리입니다.
5. 그럼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자료가 필요할까요?
블랙박스와 CCTV 영상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차량 블랙박스 영상
차량 내부 영상이나 음성, 주행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면 당시 시동 상태나 운전자의 조작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② 주변 CCTV 영상
차량이 경사로에서 밀린 것인지, 운전자의 정상적인 조작에 따라 출발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과 그 전후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장면만이 아니라 사고 발생 전후의 영상까지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차량의 고장이나 결함으로 정상적인 발진이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차량 점검 및 정비 내역, 사고 직후 차량 상태를 촬영한 사진, 변속기나 제동장치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