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까지 줬는데 또 경찰조사? 성범죄 합의가 사건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
★ 요약
고소 전 합의가 아니라면, 이미 고소가 되고 피해자가 진술까지 마친 성범죄 사건은,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해도 끝나지 않음
이미 사건화 되었고, 유죄가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합의는 선처에 반드시 필요
합의할 경우 처벌불원 의사, 지급 조건, 서류 제출 방법과 민사적 문제까지 확인 필요
1. “고소 취하해줬는데, 왜 또 조사받으라는 거죠?”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뒤 피해자와 합의했습니다. 약속한 돈을 지급했고, 피해자는 고소취하서도 제출했습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이 옵니다.
“상대방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데, 왜 계속 수사하나요?”
성범죄는 합의만으로 수사를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와 재판은 진행될 수 있습니다.
2. 고소 전에 합의를 할 수는 없나요?
아직 고소가 접수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피해회복과 합의 조건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합의금 지급뿐 아니라 어떤 사건에 관한 합의인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지 등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고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해서 이후 고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합의 이후 상대방이 고소를 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별도의 조항을 합의서에 넣어야 합니다.
3.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면, 합의는 왜 하나요?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 회복이 선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면, 수사단계에서는 사건의 내용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기소유예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기에, 전과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재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은 강간·강제추행 등의 유형에서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요소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일반감경요소로 정하고 있습니다.
합의가 되었다고 모두 선처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 없이는 선처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4. 합의금 액수만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합의 과정에서는 ‘합의금 액수’가 합의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협의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금액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러나 금액만 정하고 나머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돈을 지급한 뒤에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금액에 집중하더라고, 아래 내용을 꼭 체크해야 합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합의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문제되는 행위가 여러개이면, 모두 포함하도록 기재되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까지 포함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기본적으로 합의서에는 ‘처벌불원의사’가 포함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은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을 기재합니다.
합의금 지금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 일시 지급인지, 분할 지급인지, 지급 기한은 언제인지, 어떤 방법으로 지급하는지를 모두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정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포함되지 않는다면, 분쟁이 종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추후 상대방이 언제든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5. 억울하지만, 그냥 합의해서 끝내고 싶다면?
조사를 받는 부담이나 가족·직장에 알려질 걱정 때문에,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합의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합의가 가져올 효과를 더 정확하게 따져야 합니다.
합의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합의한 뒤에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혐의를 다투면서 합의서에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행위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면, 나중에 그 문서의 의미를 해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정리한 다음, 합의의 목적과 문서 내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돈을 지급하는 결정과 자신의 법적 입장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6. 합의를 마쳤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성범죄 합의는 당사자 사이의 피해회복과 분쟁 정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합의가 사건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합의 전에 확인할 것은 액수만이 아닙니다. 이 합의로 무엇을 해결하고, 무엇은 여전히 남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고 돈을 보냈다고 해서 준비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사건화가 되었다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가 담당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되었는지 확인하고, 실제 지급을 보여주는 이체내역 등도 보관해야 합니다. 분할 지급 중이라면 약속한 일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 외에도 범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설명할 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