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움직였다고 모두 음주운전일까? 운전의 고의 판단
★요약
차량이 움직인 경우에도 음주운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
겉으로 차량이 움직였다는 결과와 함께, 차량 움직임을 의도했다는 ‘고의’도 필요
의도와 달리 차가 움직임 = 운전의 고의 없음 → 음주운전 X
👉차량 움직이고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운전’이 인정되지 않아 음주측정거부 불기소 받은 사례 확인
👉'운전의 고의' 다퉈서 0.094% 측정된 상황에서 음주운전 불송치 받은 사례 확인
1. 법에서 말하는 ‘운전’에는 사람의 의사가 포함됩니다
대법원은 운전이라는 개념에는 목적적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였다면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자동차를 움직일 의도 없이 다른 목적으로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차량이 움직이거나 불안전한 주차상태 또는 도로 상황 때문에 차량이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도1109 판결 확인).
‘차가 움직였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차를 움직일 생각으로 차량을 조작하였는가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속에 있던 ‘운전할 생각’을 어떻게 판단할까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마음속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수사기관에서 법원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운전자가 “나는 운전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다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 당시 운전자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즉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운전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발진조작’입니다.
발진조작은 쉽게 말해 자동차를 출발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조작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기어를 주행 가능한 상태로 변경한 다음, 브레이크를 풀거나 가속페달을 밟아 차량을 움직였다면 어떨까요?
이 정도의 행동을 했다면 단순히 차량이 우연히 움직인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자동차를 움직일 생각으로 필요한 조작을 했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동만 걸어도 운전일까?, ‘발진조작’의 구체적인 내용 확인
3. 차가 움직였다면, 결과를 바꿀 수 없을까
이미 차량이 움직였고, 그 장면이 CCTV에 촬영되었다면 음주운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이 움직였다는 사실과 운전자가 고의로 차량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한 사건에서는 술을 마신 사람이 자동차의 히터를 작동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차량에는 후진기어가 들어가 있었고, 시동을 거는 순간 자동차가 뒤로 움직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운전자가 자동차를 움직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히터를 작동시키려고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음주운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차량이 움직인 원인이 운전자의 의도적인 발진조작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4. “운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차가 저절로 움직였다”면 설명이 중요합니다
그 누구도 운전자가 실제로 차량을 운전하려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바꾸어 이동한 것이라면 이후 “운전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쉽게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운전할 생각이 없었는데 차량이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움직였다면 다릅니다.
‘차량이 움직였다 = 운전했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안에서 잠을 자기 위해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려고 시동을 걸었다거나, 차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거나, 경사로에서 주차된 차량이 밀렸다거나, 기어가 들어가 있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동을 걸자 갑자기 차량이 움직였다는 등의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왜 시동을 걸었는지, 어떤 조작을 했는지, 차량이 왜 움직였는지, 차량이 움직인 직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5. 증거가 있다면 더 유리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가 중요합니다.
차량 전·후방 블랙박스와 주차 녹화영상에서는 차량이 움직이기 전후의 상황과 실제 이동거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변 CCTV에서는 차량의 이동 방향과 거리, 운전자가 차량을 이동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행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 내부 영상이나 차량 운행기록에서는 시동 여부, 기어 조작, 차량의 움직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 지점의 경사도와 차량의 주차상태는 자동차가 동력 없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통화내역, 대리운전 호출내역, 동승자 진술 등은 애초에 차량을 직접 운전할 계획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6. 중요한 것은 ‘왜 차량이 움직였는가’
음주운전 사건에서 자동차가 움직였다는 사실은 물론 중요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와 달리,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다면, 나는 ‘운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운전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차량이 움직여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렇다면 왜 차량이 움직였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차량이 움직이기까지 운전자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진조작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